2009. 7. 13. 10:58

터치폰에 대한 단상

아이폰이 나오고 이를 모방한 터치폰이 속속들이 출시되면서, UX란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UX라는 용어를 단순히 '인터페이스'에만 한정한다면 이는 펩시 챌린지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유행만을 가져올 뿐이다. 이러한 UX가 다양한 서비스와 편의성의 관점에서 '전화를 걸고 주소록을 저장하는' 기존의 본질가치를 압도하는 시점이 도래해야 터치폰이 캐즘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LG 아레나를 마지막으로, 다시 일반 단말로 돌아왔다. 터치폰의 화려한 UI는 처음에는 달콤하지만 참신함이 사라지고 나면 잦은 입력 오류와 반응 속도와 같은 단점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전화 걸고' '번호 찾는' 기능이 편리한 예전을 그리워하게 된다.

하지만 터치폰은 필연적으로 '넓은 화면'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동영상이나 DMB, 문서, 웹브라우징을 편리하게 한다. 그리고 이런 행위는 개방성 - 데이터를 쉽게 옮기고, 표준 포맷을 지원하고,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의 운용을 쉽게 해주슨 -을 요한다.
즉, 터치폰이 플랫폼의 개방성과 확장성을 만나면서, 내부적으로 편의성을 보다 높이려는 노력을 경주한다면, 어느 순간 휴대폰의 기본 프레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아이폰 도입, WM의 급속한 개선, 안드로이드의 확산 등등 다양한 요인으로 가속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전제는, UI가 좀더 편리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터치폰에서 통화하는 중에 의도치않게 전화가 끊어지거나, ARS에서 번호를 입력하는 등의 조작을 해본 이들은 공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부가 기능은 터치폰이 주류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통화와 관련된 기능은 필요충분조건이다.




2009. 7. 7. 12:49

돼? 안돼?

갑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로, 을을 또하나의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는 데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자, 위젯 플랫폼을 하나 만들어 볼까?'라는 논의가 있다고 하자.

그럼 도입에 필요한 비용이나 시간, 성능, 수익성, 하위 호환성, 전략 등등에 관한 이슈로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의에서 그 플랫폼을 쓸 사람들, 즉 CP에 대한-을에 대한- 내용은 쏙 빠져 있다. 즉 CP는 돈만 주면 다 한다 혹은 돈만 되면 다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위젯의 강력한 Candidate 중의 하나인 웹 플랫폼은 고려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왜냐하면 웹 플랫폼은 플래시 같은 Rich 한 플랫폼보다 UX가 안좋고, Java 같은 어플리케이션 플랫폼보다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웹 플랫폼의 장점은 '서비스 개발' 시간이 짧고 '서비스 개발' 비용이 적게 드며 타 '서비스 호환성'이 좋다는 데 있다. 여기서 서비스 개발의 주체는 을이지 갑이 아니다. 갑은 '도입' 시간이 짧고 '도입' 비용이 적게드며 기존의 '자사' 서비스 호환성이 좋은 게 더 중요하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질문 한방이면 웹 플랫폼은 논의에서 떨어져 나간다:

"Java나 플래시도 다 되잖아?"

이 상황은 상상일 뿐이고 기술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어떤 일이 흘러가는 경향을 얘기하고자 하는 데 있다.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협력사를 파트너로 생각지 않고 하라는 대로 다하는 '을' 정도로 생각을 하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서로를 위해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일 뿐이다.

ps. 위의 상황을 좀더 끌어가서 상상한다면. 비용등등을 감안해 영세 업체의 독자 플랫폼을 채택할 확률이 높고 그렇게 되면 개발 환경도 열악할 것이고, 결국 서비스는 조악해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경쟁사는


2009. 7. 4. 15:41

다음

2006년 다음은 동영상 서비스를 야심차게 출시했다. 2007년 티스토리를 출시했고, 메일과 카페도 지속적인 개선을 단행했다.
그런데 네이버와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고, 최근의 경제 위기는 아무래도 다음에게 더 큰 피해가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일게다.

간만에 다음 동영상을 써보려 하니 Pino라는 그리드 S/W 를 강제로 설치해야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동영상을 시작하기 전에 광고도 봐야 하고. 다음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어려움을 암시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오늘 네이버 메일 서비스를 가보니 네이버 캘린더 서비스가 출시되었다. 내가 다음의 서비스 담당자라면 어떤 느낌이 들까. 조금도 빈틈을 보이지 않고 천천히 개척된 텃밭을 긁어가는 느낌에 숨이 턱턱 막히지 않을까.
네이버 역시 점유율 독점에 따라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압박감을 많이 느낄 수는 있을 테지만, 현명하게 잘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자칫 큰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는 초기화면 개편도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지도와 모바일 서비스를 열심히 밀고 있는 다음.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2009. 6. 30. 10:53

The Conscience of a Liberal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 8점
폴 크루그먼 지음, 예상환 외 옮김/현대경제연구원BOOKS

책 제목만 보면 미래 예측서 같은 느낌이지만, 사실은 진보주의자(민주당 지지자)의 눈으로 미국의 경제와 정치 역사를 돌아보고 뉴딜 정신의 회복을 강력히 주장하는 책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1920년대 전후의 도금시대(Guilded Age)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민주당-공화당 간의 대립과 견제, 이로 인해 국민 경제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더 나아가 오늘날진보주의자가 취해야 할 행동과 경계해야 할 부분을 짚어본다.

사실 미국의 경제사에 대해서는 몇 번 읽은 적이 있지만, 정치에 대해서는 민주(진보)와 공화(보수)의 양당 체제라는 사실 외에는 뚜렷이 아는 게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레이건의 온화한 이미지, 호색한으로만 알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 어떻게 조지 부시 같은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는지, 조지 부시의 당선때 잠시 일었던 부정선거 논란 등등 단편적으로 접한 정보의 이면에는 커다란 의미가 존재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미국의 정치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어 내려 갈 수록 다른 듯 닮은 미국의 현실이 국내 정치와 대비되어 공감을 끌어낸다. 책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들 중 몇가지만 적어본다.

공화당의 주요 전략은 인종 차별이고 한나라당의 주요 전략은 지역 감정이다(여기에 매카시즘도 한국에서는 아직 유효하다).
공화당은 신자유주의를 주창하고, 우리는 한나라당 뿐 아니라 민주당도 신자유주의를 선호한다.
공화당은 객관적 수치 보다는 이미지와 선동을 통한 전략에 능하며, 이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이다(물론 이는 당파의 문제가 아니라 군준 심리를 활용하는데 공통적으로 쓰이는 무기긴 하다).
공화당은 의료보험의 개혁과 싸우고 한나라당은 의료보험의 개악과 싸운다.
공화당은 풍부한 싱크탱크를 보유하고 있고 이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반면 민주당은 최근들어 조직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면 한국의 민주당은 여전히 빈약해 보인다).

... 이제 미국은 부시의 잃어버린 8년을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뉴딜이 단지 개인의 성취 만이 아닌, 미국 정치사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반면 한국을 돌아보면, 이제 막 부시의 시대가 개막한 느낌이 든다.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는 금융 정책이 그러하고, 감세 정책과 양적 완화의 이중적 태도가 그렇고,  의료보험 민영화와 같은 행보가 그렇다. 아마도 부시 정권 이후에 민주당에게 다시금 기회가 주어졌듯이, 우리도 다음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나올 지도 모른다(좀더 왼쪽에서 나오긴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한국의 민주당이 미국의 민주당만큼 주도권을 쥘 만큼 역량이 있고 신뢰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크루그먼 교수는 클린턴 시대의 민주당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던 때로 본다).

아무튼,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앞으로 5년 간의 정치적 선택이 이후 10년 이상의 경제를 좌우할 것 같다.


2009. 6. 29. 11:34

인터넷 종량제와 원죄

인터넷 정액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대략 세 가지인 듯하다.

첫째, 초기에 망을 구축할 때 드는 비용은 막대하지만 전국에 망이 보급된 현재 시점에서, 유지 보수에 드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둘째, 인터넷 정액제는 인터넷의 보급과 성장, 시장의 활성화에 막대한 기여를 했으며, 이로 인한 수혜는 망 사업자도 충분히 누려왔다.
셋째, 인터넷은 더이상 수익성만을 위한 산업이 아니다. 즉 전기나 수도와 같은 공공재로 취급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적어도 가입자 측면에서 시장은 더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며,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증가로 인해 가입자당 트래픽의 성장세는 여전히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또한 소수의 악성 사용자가 트래픽을 점유함에 따른 손실은 여타 공공재와 마찬가지로 사용한 만큼 돈을 내는 게 보다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피해의식과 반발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조차 쉽지 않다. 물론 그 원죄는 이통사가 지고 있다. 기술적으로 원가상승 요인이 많지 않은 SMS나 통화연결음과 같은 부가 서비스에서 막대한 이익을 누려왔다는 점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선 모뎀의 인터넷 접속비용 인하와 유선 인터넷 종량제 도입을 통한 인터넷 접속 경로간 사용요금 불균형을 완화하는 쪽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부와 이통사간의 관계를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 바라보는 시선을 감안하면 이역시 쉽지는 않아 보인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정부는 애초에 KT나 한전을 왜 민영화 했는가, 과연 민영화를 통한 시장의 효율성이 작동하고는 있는가에 대해 심각한 회의가 느껴져 머리가 먹먹해지곤 한다.



2009. 6. 27. 15:25

아이폰 출시 지연의 원인?

아이폰 출시는 KT 가 먼저 나오고 SKT 도 조만간 나오리라는 예상이 대세다.
그런데 주위의 KT 직원에게 물어봐도 아이폰 출시에 대한 정보를 아는 이가 도무지 없다.

아이폰 출시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이통사에 비난을 쏟아내지만, 지금껏 나오지 않는 건 다른 이유일 것 같다.
물론 아이폰의 BM이 국내 이통사의 walled garden 정책에 맞지 않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지난 수년간 아이폰은 브랜드 가치를 충분히 증명했고, 타 단말 제조사나 이통사에서도 자체적인 오픈마켓 운영 전략이 나온 현 시점에서 아직까지 이통사의 쇄국 정책이 주된 원인은 아닌 것 같다는 게다..

신문 기사나 루머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출시되는 게 어느정도 확실한 듯하다. 그렇다면 왜 지금껏 안나올까?

일단 기술적인 문제 - 한글화라거나 글로벌 표준과 상이한 프로토콜 등등 -도 분명히 있었을 테지만 이는 어느정도 해결되었으리라 본다. 노키아나 HTC같은 해외 단말들이 종종 출시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 다음엔 정책적인 이슈가 있었을 게다. WIPI 탑재 의무화에 따른. 그런에 WIPI 의무화도 4월에 해제되었으니 지금껏 나오지 않는 건 다른 문제가 있었을 텐데..

현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추측하는 원인은 세 가지다.

1. 애플과의 협상 문제. 해외 이통사는 수백만대, 많게는 천만대까지도 물량을 개런티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해외 단말을 수급하려면 백만대 단위가 기본이 될게다. 특히나 애플은 협상에 뻣뻣하기로 유명하니까 아마 더더욱 협상이 어려울 게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더군다나 판매량이 많지 않다. 그래도 아이폰이니까 많이 팔리기는 하겠지만, 백만대 이백만대씩 팔아치울 수 있을까? 일반 단말이 10만대만 팔려도 대박이라고 하는 국내 시장에서?

2. KT 합병 문제 - 이건 KT에서 출시된다는 걸 전제로 하는 시나리오지만, 중론은 KT 쪽으로 쏠리고 있으므로 이를 전제하자... KT-KTF간 합병이 6월 1일자로 이루어졌다. 두 개의 큰 조직이 합치는 건 그리 만만치 않은 작업이고, 합병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새로운 사업이나 서비스, 전략이 홀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애플과의 협상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풀어내기가 만만치 않았을 터.

3. 시기의 문제. 이제 합병도 되었고.. 애플과의 협상도 잘 됐다 쳐도.. 아이폰 신모델이 출시되고 말았다. 애초에 협상은 구모델에 대해서 했을 것이고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신모델 소식이 들렸다면... 구모델의 물량이나 단가를 조절하거나 애초에 신모델로 출시하는 등의 새로운 시나리오와 방안을 들고 전략을 짜고, 협상을 해나가야 했을 게다. 그리고 그건 추가적인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이상은 개인적으로 써본 소설일 뿐이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도 쇄국 정책을 탓하는 것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아닐까 한다..





2009. 6. 25. 16:08

플리커 연동 테스트

미투-플리커-티스토리 연동
2009. 6. 22. 12:55

나쁜 사마리아인들

경제학 콘서트 - 8점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얼마전 읽은 '경제학 콘서트'는 전반적으로 자유 시장의 능력을 긍정하고 있었다. 탄소배출권에 대한 설명만 보아도 그렇다. 환경 비용이라는 추상적이고 산정이 어려운 문제가, 시장이라는 매커니즘을 도입하니 손쉽게 풀린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내재 가격을 척척 찾아내는 놀라눈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시장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 중 '출발선을 다르게 놓는다'는 내용이 있다. 타이거 우즈와 일반인과 같이 수입 격차가 현저한 경우에 어떻게 형평성을 맞추어 조세를 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인데, 많은 내용을 잊어버리긴 했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출발선을 다르게 설정해서 동기 부여를 모든 시장 참가자에게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기억한다.

월스트리트 제국 - 10점
존 스틸 고든 지음, 강남규 옮김/참솔

월스트리트 제국에서는 미국의 현대 경제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책을 보면 오늘날 미국의 세련된 경제 체제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고, 숱한 인플레와 디플레, 탐욕과 오만, 비리를 경험해 나가면서 자리를 잡아간 것임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오직 끊임없는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경험만을 지닌 한국 경제가 앞으로도 잘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단숨에 읽는 세계사 - 10점
역사연구모임 엮음/베이직북스

얼마전에 읽은 단숨에 읽는 세계사의 현대사를 보면서, 미국도 제국주의적인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에 자뭇 놀랐었다. 미국 영주권을 따기 위해 필리핀에 원정 출산을 떠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미국이 제국주의 국가였으리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 10점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부키

이런 배경 지식을 갖고 읽은, 그리고 작금의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의 기조를 추종하기에 급급한 우리 나라의 상황 하에서 읽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신자유주의의 허상을 낱낱이 까발린다.

세상을 설명하기 쉽도록 모델을 세우는 작업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모델을 세울 때는 그것이 성립되는 제약과 한계를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뉴턴 역학과 슈뢰딩거 방정식은, 각각을 적용하는 상황이나 가정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역사는 말한다. 농업 사회에서 공업 사회로 먼저 넘어간 국가들이 아직 농업 사회에 머물러 있던 국가들에 대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업 국가가 될 수 있었던 후발 주자들은 어떤 보호 조치를 취했는지. 그리고 공업 사회에서 지식 사회로 넘어가는 오늘날 선진국들은 어떤 짓을 다시 저지르고 있는지. 농업이나 공업은 개방을 요구하면서 지식은 장벽을 쌓아가는 선진국의 양면성을 비판한다.

그것은 사다리에 먼저 올라가서 걷어차 버리는 행위이고, 어른과 어린이가 출발선을 같이 놓고 달리자는 소리와 같다.

어쩌면 세계는 평평하다를 읽지 않은 채로 이렇게 비판하는 것은 불공정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식이라는 잣대로 가늠해볼 때, 시카고 학파와 케인즈 학파의 논의는 시각에 따른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신자유주의자와 장하준 교수의 논의는 논쟁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시간이라는 중요한 축을 제거하고 완전 시장을 가정한 모델을 내세우는 신자유주의자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금에 목도하는 경제 사태와, 이 책이 조목조목 내세우는 논거를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2009. 6. 20. 18:19

신경숙/최규석

가난하지만 소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시절. 자식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오신 어머니. 그리고 이제는 그분들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된 나.

엄마를 부탁해와 대한민국 원주민은, 주제는 다르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시대상이나 등장 인물에게서 느껴지는 감수성이 많이 닮았다.

엄마를 부탁해 - 10점
신경숙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나는 서울 토박이인 데다가 지방에 친척도 별로 없다. 부모님도 대학까지 보내신 걸 보면 조부모님 대에도 어느 정도 여유는 있던 모양이고. 그래서, 독자로서의 나는 제 삼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 질박한 행복과 같은 정서는, 시대나 환경을 넘어서는 공감과 설득력이 있다.

개인적으로 신경숙씨와 최규석씨에 대해서는 잘 아는바가 없고, 짧은 경험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작가였다. 신경숙씨는 에세이를 한 편 읽었는데 공기가 별로 없고 중력이 큰 방에 들어간 느낌처럼 답답했고, 최규석씨는 둘리에 대한 오마쥬인가 하는 단편만화를 봤었는데, 너무 전형적인 패러디라는 느낌에 그저그런 성인물 정도로 치부했었다.

대한민국 원주민 - 8점
최규석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그런데 이번에 읽은 책 두권은 모두 좋았고, 비슷한 감정의 선을 유지해가며 읽어갈 수 있어 더 좋았다. 두 작품 모두 작가의 캐릭터가 작품에 녹아 있어 작가 개인에 대한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사실은 어머니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작가 품평회가 된 것 같다. 어머니는 너무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인지라 오늘처럼 괜시리 마음만 바쁜 날에 쓰기는 어렵다. 그냥 위의 두 작품이 무척 좋았고, 덕분에 작가를 다시보게 되었다는 정도로만 정리할란다.


2009. 6. 3. 09:59

변화

자동차 산업은 경제활동 인구 중 6.7%인 160만명에 이르는 고용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GM이 파산신청을 할 정도로 세계적인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그럼 쌍용 자동차의 직장 폐쇄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난감하다. 오른손 왼손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전 1박2일에 나온 할머니가,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왜이렇게 사는게 힘드냐고 푸념하시던 장면이 떠오른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빨라져서 그렇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태되기 때문이다.'라고 '왜'에 대한 답을 할 수는 있지만,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관료나 학자는 통계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개인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네들 주위는 대부분 '통계에 잡히는' 개인들로 채워지기 때문에 경계 밖의 사람들을 경시하기 쉽다.
... 하지만 굳이 의사 결정자에 핑계를 대지 않더라도, 삶의 질을 되돌아보기에는 우리가 너무 빨리 성장했고 관성이 너무 크다. 

급변하는 사회의 패러다임에서 낙오된 사람들.. 경계 밖에 있는 사람..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내가 그 영역에 들어서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