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30. 10:53

The Conscience of a Liberal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 8점
폴 크루그먼 지음, 예상환 외 옮김/현대경제연구원BOOKS

책 제목만 보면 미래 예측서 같은 느낌이지만, 사실은 진보주의자(민주당 지지자)의 눈으로 미국의 경제와 정치 역사를 돌아보고 뉴딜 정신의 회복을 강력히 주장하는 책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1920년대 전후의 도금시대(Guilded Age)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민주당-공화당 간의 대립과 견제, 이로 인해 국민 경제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더 나아가 오늘날진보주의자가 취해야 할 행동과 경계해야 할 부분을 짚어본다.

사실 미국의 경제사에 대해서는 몇 번 읽은 적이 있지만, 정치에 대해서는 민주(진보)와 공화(보수)의 양당 체제라는 사실 외에는 뚜렷이 아는 게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레이건의 온화한 이미지, 호색한으로만 알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 어떻게 조지 부시 같은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는지, 조지 부시의 당선때 잠시 일었던 부정선거 논란 등등 단편적으로 접한 정보의 이면에는 커다란 의미가 존재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미국의 정치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어 내려 갈 수록 다른 듯 닮은 미국의 현실이 국내 정치와 대비되어 공감을 끌어낸다. 책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들 중 몇가지만 적어본다.

공화당의 주요 전략은 인종 차별이고 한나라당의 주요 전략은 지역 감정이다(여기에 매카시즘도 한국에서는 아직 유효하다).
공화당은 신자유주의를 주창하고, 우리는 한나라당 뿐 아니라 민주당도 신자유주의를 선호한다.
공화당은 객관적 수치 보다는 이미지와 선동을 통한 전략에 능하며, 이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이다(물론 이는 당파의 문제가 아니라 군준 심리를 활용하는데 공통적으로 쓰이는 무기긴 하다).
공화당은 의료보험의 개혁과 싸우고 한나라당은 의료보험의 개악과 싸운다.
공화당은 풍부한 싱크탱크를 보유하고 있고 이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반면 민주당은 최근들어 조직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면 한국의 민주당은 여전히 빈약해 보인다).

... 이제 미국은 부시의 잃어버린 8년을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뉴딜이 단지 개인의 성취 만이 아닌, 미국 정치사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반면 한국을 돌아보면, 이제 막 부시의 시대가 개막한 느낌이 든다.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는 금융 정책이 그러하고, 감세 정책과 양적 완화의 이중적 태도가 그렇고,  의료보험 민영화와 같은 행보가 그렇다. 아마도 부시 정권 이후에 민주당에게 다시금 기회가 주어졌듯이, 우리도 다음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나올 지도 모른다(좀더 왼쪽에서 나오긴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한국의 민주당이 미국의 민주당만큼 주도권을 쥘 만큼 역량이 있고 신뢰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크루그먼 교수는 클린턴 시대의 민주당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던 때로 본다).

아무튼,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앞으로 5년 간의 정치적 선택이 이후 10년 이상의 경제를 좌우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