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9. 11:34

인터넷 종량제와 원죄

인터넷 정액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대략 세 가지인 듯하다.

첫째, 초기에 망을 구축할 때 드는 비용은 막대하지만 전국에 망이 보급된 현재 시점에서, 유지 보수에 드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둘째, 인터넷 정액제는 인터넷의 보급과 성장, 시장의 활성화에 막대한 기여를 했으며, 이로 인한 수혜는 망 사업자도 충분히 누려왔다.
셋째, 인터넷은 더이상 수익성만을 위한 산업이 아니다. 즉 전기나 수도와 같은 공공재로 취급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적어도 가입자 측면에서 시장은 더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며,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증가로 인해 가입자당 트래픽의 성장세는 여전히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또한 소수의 악성 사용자가 트래픽을 점유함에 따른 손실은 여타 공공재와 마찬가지로 사용한 만큼 돈을 내는 게 보다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피해의식과 반발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조차 쉽지 않다. 물론 그 원죄는 이통사가 지고 있다. 기술적으로 원가상승 요인이 많지 않은 SMS나 통화연결음과 같은 부가 서비스에서 막대한 이익을 누려왔다는 점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선 모뎀의 인터넷 접속비용 인하와 유선 인터넷 종량제 도입을 통한 인터넷 접속 경로간 사용요금 불균형을 완화하는 쪽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부와 이통사간의 관계를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 바라보는 시선을 감안하면 이역시 쉽지는 않아 보인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정부는 애초에 KT나 한전을 왜 민영화 했는가, 과연 민영화를 통한 시장의 효율성이 작동하고는 있는가에 대해 심각한 회의가 느껴져 머리가 먹먹해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