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16. 04:45

Can you stay alive?

이명박과 정동영. 다음 5년의 대한민국은 이변이 없는 한, 두 사람 중 한 명이 이끌게 될 것 같다. 비즈니스를 아는 MS처럼, 정치를 아는 한나라당은 10년간의 와신상담을 통해 그만큼 치밀해졌고 새로운 형태의 정치의 룰에도 익숙해졌다. 이젠 젊은 층도 어느정도 흡수해 냈다. 때문에 지난 번과 같은 이변은 일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정동영이 이를 극복할 만큼의 호소력을 지닌 인물도 아니고 말이다. 지난 대선 즈음 배칠수의 음악텐트에서 DJ가 정동영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동영이 너는 쪼까 힘들지 않겄냐?"이제는 배칠수의 음악텐트는 물론 레츠뮤직 서비스 자체가 없어져 버렸지만, 배칠수의 대사는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문국현에 대한 네티즌의 지지는 5년 전의 노사모를 떠올릴 만큼 가히 절대적이다. 유한 킴벌리에서 생산성과 인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놀라운 업적, 뚜렷한 주관과 빈틈없는 논리, 사람이 곧 희망이라면서 개인적인 청렴함까지 겸비한 그에게 네티즌은 무한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대선에서 내가 문국현에게 표를 던진다면 그것은 도저히 표를 줄 사람이 없어서이지, 절대적 지지자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현재의 문국현 후보에게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결핍되어 있다. 이번 대선 기간에는 도저히 얻어낼 수 없는 것 - 바로 "세월의 검증"이다. 과연 그는 5년, 10년 뒤에도 정치판의 관성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거나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시간의 시련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미 시간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중도 탈락한 정치인을 숱하게 보아왔다. 어르신들의 지지를 받은 이도 있었고 젊은 층에 인기가 있었던 이도 있었다. 박통의 재림이 있었고, 잔다르크의 환생이 있었다. 잘나가다가 막판에 술먹고 잠들어 버린 이도 있었다. 머리 허연 교수님은 뭐하고 계신가 모르겠다.


문국현도 어쩌면 허경영이나 김옥선 같이, 아니 백기완이나 권영길 처럼 마이너리티의 대변자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정치는 한걸음 후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국현이 시간의 시험을 이겨내고 정치판의 룰을 터득한다면, 대한민국은 그 이후에 서너 걸음은 더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5년 정도는 대한민국이 버텨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한계치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숨이 막힐 때도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