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팀원들에게 과장 승진턱을 냈다.
며칠 전부터 승진에서 미끄러진 과장 하나가 노골적으로 좋은 곳(?)을 보내달라며 졸라댔었는데, 계속 말을 돌리고 기분 나빠했더니만 그냥 좋을대로 하라고 했다. 도리어 승진하지 못한 다른 동료들을 다독여 주라고까지 해서 역시 차석이 틀리긴 틀리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분위기 좋은 와인바에 가서 팀원들과 저녁식사를 했는데, 80만원 정도가 나왔다. 팀장이 절반을 팀카드로 결재해서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었는데 왠걸. 2차로 선릉에 있는 값비싼 룸에 끌고 갔다. 자리가 없다 하여 한두 시간 정도 근처 오뎅집에서 사케를 먹었는데, 있다 보니 내 프로젝트의 용역을 수행했던 협력사 영업이사가 왔다. 하긴, 이런 풍경을 본건 처음이 아니다. 얼마전 신입사원이 4주훈련 갈 때 환송회 자리에서도 이런 식으로 룸살롱을 갔으니까. 멋도 모르고 그런 자리에 왜 따라갔던 걸까.
그리고 룸에서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기억나는 장면은 수박 속을 들어내고 갖은 술과 과일을 집어넣은 수박주를 몇 잔 마신 것과, 승진에서 미끄러진 과장이 양말을 벗어 술잔에 씌운 채로 술을 먹인 것, 집 앞에 돌아와서는 먹은 것을 모두 게워냈고, 그 와중에 억울하고 서러운 마음이 들어 집에 도착해서 아내를 껴안고 통곡을 했었던 것 등이 전부다.
다음날, 아내에게 카드값이 얼마나 나왔나 물었다. 1차 와인바에서 40, 룸에서 260을 긁었다. 딱 삼백. 아마도 나머지 금액은 업체에서 긁었겠지. 과장과 팀장이 그정도 씌우자고 미리 얘기를 했겠지. 그정도 쓰는 것이 네트웍 부서의 관행이었다는 것은 알지만, 지금은 단말 부서에 있지 않은가 말이다. 굳이 본인이 싫다는데 이렇게 단물 빼먹고 뒤에서 킬킬거릴 것을 상상하니 혈압이 오른다. 확 윤리 경영 센터에 신고해 버릴까 생각도 했었지만 이런 류의 이슈는 대부분 조용히 묻히기 때문에 크게 기대할 건 못되는 것 같다.
회사 생활에 너무나 환멸을 느낀다. 이런 돼먹지 못한 사람들과 같이 일한다는 사실이 너무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