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조리사가 되기 위해 다시 배우는 학생에 대한 뉴스를 봤다. 취업난이 심각한 시대에 눈높이를 낮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함이었을 게다. IMF 시절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몇번 보도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로 명예 퇴직을 한 뒤에 창업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이들에 대한 보도였다.
중년의 가장이 일터에서 쫓겨나 식당을 차리고 번창하는 것이 진정 성공한 것일까 - 개인적으로는 선방이라는 표현이 옳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수년간 습득한 지식을 접어두고 요리를 배워 사회에 첫걸음을 떼는 것이 추천할 만한 일일까. 직업의 귀천을 얘기하고자 함이 아니라, 꿈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서 나온 학생의 경우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고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생존이 문제가 되는 세상이다. 용산 철거민의 극단적인 행동의 이면에는,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할 상황에 처한 위기감이 있었을 것이다. 취업을 위해 전과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게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적극적이었느냐 소극적이었느냐에 따라 당당함의 정도가 달라지겠지만, 이런 결심을 하게 하는 원동력은 생존에 대한 불확실성이 핵심이다.
애초에 잘못든 길이어서가 아니라면, 생존을 위해서 꿈을 접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인 양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옳은가. 나의 불만은 여기에 있다. 오히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구직자를 다루는 게 보다 필요한 기사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아니면, 오히려 전공을 바꿔가며 취업을 해야 하는 시장의 어두운 상황을 전달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생각을 좀더 뒤틀어 보면, 대학은 취업의 전략적 요충지일 뿐이라는 인식이 이미 전제된 것 같다. 그렇다면 취업을 위해 전공을 바꾸는 건 나쁘지 않은 전술적 선택이고. 토목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논리의 근본에도 이런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니..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