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시간 - ![]() 티모시 페리스 지음, 최원형 옮김/부키 |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이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 게 다는 아닌데...
아직 집도 없는데, 집값은 오르기만 하고 떨어질 줄은 모르고, 아이는 자라는데 사교육비는 높아만 가고, 평균 수명은 길어지는데 은퇴 연령은 빨라지기만 하고...
이런 불안은 어떻게든 직장에서 롱런하고 재테크를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한다. 그나마 다른 곳보다 안정적인 직장, 월급이 적지 않은 편인 곳, 복리 후생이 좋은 곳... 그런 기준으로 다니는 회사는 더이상 자아 실현의 공간이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작은 희망을 보여준다. 일주일에 네 시간만 일하고 돈은 한달에 4만 달러나 벌 수 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여행을 다니거나 어학, 운동에 쏟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반기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책을 읽어 내리다 보면,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게 사실이다. 저자가 알려주는 '뉴 리치' 비법의 핵심은 자동화에 있지만, 우리 나라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즉, 생산-판매-고객 관리에 이르는 모든 것을 아웃소싱 해야 하는데, 우리 나라는 언어, 조직 문화, 시장 규모 등의 이유로 인해 이러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고, 갖추어 진다 하여도 인도나 동남아 등지로 아웃소싱을 주는 것이 만만치는 않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삶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를 마음껏 즐기되 탕진하지는 않는 자세, 도전 정신, 실행력, 창의력 등 인생의 성공에 필요한 수많은 요소를 겸비하고 있다. 세상의 추세를 따라가거나 반대로 맞서지 않고, 빈 틈을 찾아 추세를 타고 넘는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의 삶에서 자신의 이론을 증거하기 때문에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다만 현재를 위해 미래의 버퍼를 작게 설정한 위험이나, 지구는 평평하다는 이론을 내세워 상대적으로 착취되는 제 3세계 사람들에 대한 고려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10년 쯤 뒤에, 세계인으로서의 지혜를 보여주는 책을 한 권 더 출판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