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능력을 2배로 끌어올리는 업무기술의 전략 - ![]() 카마타 히로키 지음, 박화 옮김/팜파스 |
최근 몇 년간 자기 관리에 관한 책은 제법 많이 접해 봤고, 이제는 어느 정도 나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신년을 맞아 정비해둔 시스템이 삐걱거리는 조짐이 보여 다시 한 번 자기 계발 도서를 택했다. 이 책은 '시스템 정비(하드웨어)', '정보 정리와 발상법(소프트웨어)', '실행과 미래에 대한 준비(실행)'를 주제로 지적 생산의 프로세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앞부분의 시스템 구축 쪽에 중점을 두고 읽어 내렸다.
자기 관리 방법론으로는 프랭클린 플래너, 7 Habits 등으로 유명한 스티븐 코비의 top-down 방법론과, GTD로 유명한 데이빗 알렌의 bottom-up 방법론을 들 수 있겠다. 저자인 가마타 히로키씨가 주창하는 방법론은 굳이 분류하자면 후자 쪽이라 하겠다. 저자는 아웃풋 중심의“이공계적 방법론“을 내세우는데, (인문계 적으로)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독창성 보다는 (이공계 적으로) 기존에 존재하던 것에 새로운 가치를 추가해내는 창조성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방법론을 열거해 나가는데, 일망법(다양한 자료를 클리어폴더에 넣어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종횡으로 배치한다), 요소 분해법(삼분법에 따라 당장 하기 쉬운 것부터 진행한다. divide and conquer 원칙과 비슷하다) 등 원칙보다는 실용에 중점을 둔 업무 처리 방법을 제시한다.
나역시 GTD를 기본으로 업무를 처리하지만, 종합적인 관리에 곤란을 겪고 있던 터에 클리어 폴더를 활용한 '일망법'은 꽤나 유용해 보였다. 며칠간 프로젝트 관리나 자료 정리에 적용해본 바로는 무척 실용적이면서도 강력했다. 또한 지적 생산인지 지적 소비인지 분류해야 한다(라벨법이라 한다)는 지적에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목적도 없이 아무 책을 읽거나 무턱대고 공부하면서 '난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어'라며 자기 최면을 거는 행동은 얼마나 무용한 짓이었던가? 그밖에도 수첩이나 메모, 다이어리와 같은 아날로그 매체를 이용해 충분히 사고를 한 뒤에 컴퓨터를 이용하라는 저자의 지적 역시 타당해 보인다. 개발시 설계를 끝내고 코딩하라는 충고와 같은 맥락이라고나 할까.
일본 서적이 대체로 그렇듯이, 이 책도 부담없는 분량에 하나의 주제에 대해 꼼꼼하게 파고들며 설명해 나간다. 앞에서 언급한 몇몇 항목은 대단히 유익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모든 상황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저자의 설명은 개인적인 환경과 경험을 토대로 구축한 시스템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보기에는 스티븐 코비의 7 Habits이나 데이빗 알렌의 GTD를 먼저 읽어 본 후에 이 책을 읽어보는 게 좋을 듯하다.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을 정리해서 비싼 값에 팔아먹는 컨설턴트들의 방식은, 얄밉긴 하지만 대단히 보편적인 가치와 설득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