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9. 00:29

G+ Circle - 딜리셔스 SNS

구글 플러스의 써클 기능이 처음에는 페이스북 그룹과 조금 다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쓰다보니 뭐랄까, 기시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원인을 곰곰 따져보다 문득, 딜리셔스 서비스가 떠올랐다.
소셜 북마크 서비스인 딜리셔스의 혁신 중의 하나는, '태그'의 도입이었다. 북마크를 사전에 정의된 카테고리(폴더)에 맞춰 넣는 것이 아니라, '컨텍스트'에 따라 여러 태그를 붙이는 방식은, 단순하고 유연한 편의성을 제공했다.

마찬가지로, 써클은 '컨텍스트'에 따른 단순하면서도 유연한 정보 전달을 가능케 한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의 본질은,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제목 유무, 글자 수 제약, 데이터 형식 등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본질은 같다. 정보의 전달과 공유.
서비스 제공자는 서비스 특성에 맞는 적절한 '템플릿'을 제공한다. 블로그의 카테고리 및 공개 설정, 트위터의 트윗/RT/DM, 페이스북의 피드/그룹/페이지 등이 그 예다.

많은 경우, 어떤 글을 어느 '템플릿'에 올릴지는 특별히 고민하지 않는다. 서비스 제공자가 최선을 다해 자사 서비스에 적합한 '컨텍스트'에 필요한 '템플릿'을 만들어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때로, 이 '템플릿'은 북마크에서의 폴더와 같이 유연성이 부족하고 애매할 때가 있다.
회사 생활을 푸념하고 위로를 받고 싶다고 하자. 페이스북에 올리자니 상사나 부모님이 볼까 저어된다. 트위터에 올리자니 사장님한테 RT가 될 것 같다. 그렇다고 평소 지식을 공유하는 블로그에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비스 제공자는 이런 '템플릿'을 다양하게 가져가고 싶은 유혹이 들겠지만, 서비스가 복잡해지면 그 또한 문제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가 C2,블로그,페이퍼,C로그 등 수많은 템플릿으로 분화했던 전례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여기에 써클의 묘미가 있다. 글쓴이는 정보를 공유할 대상(써클)을 사전에 정의해놓고, 정보의 '컨텍스트'에 따라 적절한 써클을 택해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템플릿'은 페이스북의 그것과 거의 흡사한 텍스트 창에 다양한 레벨의 공개설정을 부여한 형태로 제공된다. 써클을 만들기 위해 상대의 허락을 받을 필요도, 배타적으로 지정할 필요도 없다. 전적으로 글쓴이가 정한다. 트위터의 개방성과 확산을 원하면 public로 정의하고, 페이스북으로 쓰고 싶으면 서클을 잘 정의해서 쓰면 된다. 블로그의 공개설정은 기본이다.
중요한 건 이런 유연함이 여러 기능을 우겨넣어 복잡도를 늘리는 형태가 아닌, 써클이라는 우아한 방법으로 실현됐다는 것. 

딜리셔스는 예전의 명성을 잃었으되 태깅은 수많은 SNS와 클라우드 서비스에 전수된 것과 마찬가지로, 구글 플러스도 웨이브의 전철을 밟을 지도 모르지만 써클의 정보 공유 방식은 널리 활용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