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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Q42 2008. 11. 9. 01:00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 8점
유정식 지음/위즈덤하우스

인류가 뉴턴의 물리학을 넘어서는 데에는 2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오늘날 웹 2.0도 부족해서 웹 3.0까지 논하지만, 사실은 팀 버너스 리가 애초에 꿈꾸었던 웹은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도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경영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피터 드러커를 넘어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경영학도 걸출한 구루를 많이 배출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학문적으로 너무 빨리 노쇠하는 것은 아닌지.

이 책에서는 경영학의 도약을 위하여 과학과의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생물학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고자 하는데, 기업의 존립 근거는 인간이고, 인류의 진보가 자연에 대한 탐구와 이해로부터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당연한 귀결일 터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쪼개고 쪼개어 염색체, 더 나아가 원자 단위로 쪼갤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인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오히려 물질과 파동의 경계,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과학적 결론은 그만큼 과학의 갈 길이 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경영학은 아직 뉴턴 물리학 정도의 수준이 아닐까. MECE를 교조로 삼고 경영, 특히 기업이라는 사회적 존재를 쪼개고 쪼개는 단계 말이다. 숫자에 다양한 연산자가 개발되고 공식이 도출되면서 수학이 발전해 왔듯이, 경영학도 과학과의 통섭을 통하여 그동안 작성된 경영의 유전자 지도를 해석할 수 있는 연산자를 개발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을 관류하는 주제(라고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쉽지 않은, 그렇지만 흥미로운 과학적 지식을 평이한 문체로 쉽게 설명하고 있는 반면 내용은 신선하고 알차다. 주제 의식은 뚜렷하다 못해 과격해 보이기까지 해서, 공병호 소장에 대한 신랄한 비판에 이르면 슬그머니 걱정도 된다.
이렇게 좋은 책이 망해버렸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안타깝지만(그러고 보니 내 책도 1쇄), 언젠가는 인정받을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길...